는 사실 뻥이다!
나는 원래 맥주를 잘 못 마시고, 심지어 체코에서 가장 유명한 코젤 맥주를 마시지도 않았다. 그럼 왜 굳이 프라하가 아닌 브루노 (Brno)? 가장 큰 이유는 거리 때문이었다. 출발지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 비엔나에서 출발하면 편도 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비엔나에서 브루노까지 버스와 기차가 걸리는 시간이 비슷했고 버스 티켓이 훨씬 저렴했기 때문에 나는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출발하기 2주 정도 전에 미리 플릭스버스 (Flix Bus) 어플을 통해 티켓을 예매했고 왕복 약 35유로 정도 들었다. 비엔나는 (혹은 유럽은) 미리 교통권을 예매하는 게 거의 항상 더 저렴한 것 같다. 이후에 다시 티켓을 검색했을 때는 편도 가격이 20유로를 넘었다.
Vienna Erdberg에서 출발했다. 아침부터 여행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정류장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11시가 아직 안 됐던 시간에 브루노에 도착했다. 식당은 보통 11시에 열기 때문에 쇼핑몰을 구경하고 예약했던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여행을 가기 얼마 전에 브루노에서 온 친구에게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했었는데 브루노는 (1) 일단 도시가 매우 작기 때문에 맛집이라고 할만한 곳이 많이 없고, (2) 보통 구글 평점 3.5 이상 Pub에 들어가면 맛있는 체코 현지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나는 구글맵 리뷰를 둘러보다 혹시 몰라 식당을 미리 예약해서 다녀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리 예약을 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날씨 때문일 수도 있지만 도시 자체에 사람이 별로 없다 ㅋㅋ
내가 간 식당은 Lokál U Caipla 라는 식당이다.
📌 Lokál U Caipla
주소: Kozí 115/3, 602 00 Brno-střed, Czechia
맥주가 유명한 체코 답게 - 맥주 마시는 일이 체코에서 아주 (귀여운) 일상임을 - 보여주는 식당이었다.
나는 브루노 친구가 미리 추천해 줬던 체코 현지음식을 주문했다. 야채수프, 굴라쉬 (Beef Shin Goulash)와 소고기 메뉴 (Braised beef roasted in a creamy sauce with cranberry jam)를 시켰는데 신기한 식감의 빵이 함께 나왔다. 메뉴와 함께 나오는 빵은 모두 dumplings라고 영어 메뉴에 적혀있었다. 같이 간 친구와 나는 서로 다른 메뉴가 더 맛있다고 했다. 맥주까지 시켰는데 총 600 체코 코루나가 (약 23유로, 36,000원) 나왔다. 두 명이서 메뉴 3개와 맥주까지 시켰는데 이만큼밖에 안 나온다니!
모든 메뉴가 평균 이상일 것 같은 식당이었다. 친절하고, 가격도 저렴하고, 분위기도 좋았고, 깔끔했다. 추천!!
점심을 먹고 산책할겸 구경할만한 서점을 찾았는데 정말 코앞이었다. 도시가 작아서 모든 곳이 사실 코앞이었다.
📌 Barvič & Novotný
주소: Česká 13, 602 00 Brno-střed, Czechia
들어가 보니 서점이 생각보다 컸다. 90% 체코 서적, 10% 영어원서가 있지만 내부를 잘 꾸며놔서 구경할만했다.
브루노는 작은 카페들이 많이 있다고 들었었다. 정말 거리를 돌아다녀보니 곳곳에 숨겨진 작은 카페들이 많았다. 어느 곳을 가도 맛있는 라테를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길을 걸어가면서 계속 보였던 📌 KOFI KOFI 커피 트럭에서 아메리카노를 사서 마셨는데 맛있었다! 하지만 다른 카페와 가격이 비슷한 걸 보면 커피트럭이라고 커피가 더 저렴한 것 같지는 않았다.
브루노에서 가장 유명한 (?) 관광지라고 말할 수 있는 📌 스필버그 성 (Špilberk)도 올라갔다. (갈만한 곳이 별로 없기 때문에 여기라도 다녀와야 한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이 많긴 하지만 모두 걸리는 시간은 30분이 안 될 것 같다. 올라가기에 가파르긴 하지만 나는 낙엽이 가장 많은 시기에 다녀왔기 때문에 지칠 틈도 없이 모든 가을 경관을 다 누리고 왔다. 날씨가 흐려서 도시 전경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나는 5시반에 비엔나에 다시 돌아가는 버스 티켓을 예매했기 때문에 저녁을 일찍 먹기로 했다. 네이버에 브루노 맛집을 검색해 보니 거의 대부분 베트남 음식점이었다. 점심에 이미 체코 현지 음식을 먹어보긴 했으니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베트남 음식을 먹기로 했다. 나는 광장 근처에 있는 Domovina에서 먹었지만 이곳 말고도 브루노에는 베트남 음식 맛집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여기도 나는 추천한다! (구글 맵에 지금 임시로 닫았다고 나오긴 하는데 15시간 전에 리뷰를 올린 사람이 있으니 닫진 않은 것 같다.)
📌 Domovina
주소: Zelný trh 293/10, 602 00 Brno-střed, Czechia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루노를 여행해도 좋은 이유, 굳이 브루노까지 여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 이유를 몇 가지 말해보자면:
(1) 비엔나에서 왕복 3시간 정도를 투자해서 다른 외국을 다녀올 수 있다. 가깝기 때문에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 부담이 없다.
(2) 유럽에서 훨씬 싼 물가를 경험할 수 있다. 두 명이서 점심을 먹고 카페를 가고 저녁을 먹었는데 교통비 제외하고 총 50유로밖에 들지 않았다.
(3) 도시가 정말 작다! 5시간이면 충분히 모든 곳을 다 훑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날씨가 좋으면 스필버그 성도 방문하고 걸어 다니기에 좋겠지만 날씨가 추우면 할 수 있는 액티비티가 많이 없다.
(4) 브루노에서 온 친구가 프라하가 아니라 왜 브루노에 굳이 가냐고 했는데 어쩌면 맞을 수도 있겠다. 긴 시간 브루노에 있어야 한다면 정말 심심할 수도 있다.
(5) 맥주가 저렴하다. 코젤 맥주가 있다. 하지만 코젤 맥주는 어디에도 있다.
(6) 도시에 사람이 별로 없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ㅋㅋㅋ